
이정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 교수(정형외과)가 정형외과 6번 진료실에 들어왔다. “수술 두 건을 하고 왔다. 인터뷰 약속 시간에 많이 늦어 미안하다”고 했다. 지난 7월 11일 오후다. 이 교수는 정형외과 의사인데, 특히 정형외과 수술기구를 개발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것 관련해 묻기 전에 방금 끝난 수술 내용이 궁금했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수술방들은 병원 3층에 있고, 정형외과는 3번방을 쓴다. 이 교수는 90세 할머니 환자의 인공 고관절 반치환술을 했고, 그 다음에 43세 남자의 금속제거술을 했다고 했다.
43세 남자 환자는 대퇴골이 부러졌고, 수술했다. 대퇴골에는 금속정을 박았고, 거기에서부터 대퇴골의 목쪽으로는 긴 나사를 박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잘 고정됐다고 판단해 금속정과 나사를 빼는 수술을 했다. 이 교수는 “금속제거술이 힘들다”라며 “잘 빠지면 20분이면 뺄 수 있다. 그런데 잘 안 빠져서 수술이 길어지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해봐야 한다. 오늘은 한 50분 걸렸다”고 말했다.
◇고관절 수술은 왜 위험=첫 번째 수술한 사람은 90세이니, 환자 나이가 많다. 의자에 앉으려다가 넘어져 고관절을 다쳤다. 이 교수는 “내 환자 중 고관절 주변 골절 환자는 평균 나이가 80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관절 주변 골절은 골절 자체가 위험하고, 골절 수술도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고령자가 고관절을 다치고 그게 사망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 걸 적지 않게 봤다. 고관절 부상은 왜 위험하고, 수술은 왜 위험하다는 것일까? 이 교수 설명을 옮겨본다.
“나이 많은 분의 골절은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는 골다공증성 골절이다. 70 넘어가면 고관절 주변의 골밀도가 확 떨어진다. 고관절은 몸에서 가장 큰 뼈 중의 하나다. 혈류량 자체가 많다. 이걸 건드리면서 수술해야 해서 피가 많이 난다. 연세 많으신 분이 피가 많이 나는 수술을 받으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 교수가 통계를 말해줬다. 대한골대사학회가 2008년부터 8년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은 고관절 골절이 생겼을 때 수술하지 않으면 1년 이내 사망률이 40%가 넘는다. 2년 내 사망률은 70%가 넘는다. 이렇게 높은 사망률은 혈액암을 제외하고 없다.
◇통증 연구=이정길 교수는 고관절 전문인데, 연구는 어느 쪽에 관심이 있을까? 이 교수는 수술 후 통증 조절과 골절된 뼈를 지지하는 금속판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했다. 통증 관련해서는 논문을 최근에도 2편을 낸 바 있다. 다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통증 조절에 관해 말해달라고 했다. 이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통증 조절에 관심이 있다. 수술하고 통증이 적어야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또 일상에 빨리 복귀할 수 있다”라며 “새로운 통증 조절법이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의 하나가 PENG 차단술이다. 요즘 관련 논문이 많이 나온다.
이 교수는 통증 조절 관련 논문을 2019년에는 학술지 《The Journal of Foot & Ankle Surgery 발과 발목 수술 학술지》(피인용지수 1.3)에, 2021년에는 학술지 《Annals of Palliative Medicine 완화의학연보》(피인용지수 1.9)에 보고한 바 있다.
◇감각신경만 마비시키는 PENG차단술=2021년 논문 제목은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THA)을 위한 관절 주위 침윤과 PENG 차단술의 진통 효과 비교’다. 논문 제목 중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은 골반쪽(비구)과, 다리의 대퇴골해서 양쪽을 인공관절로 다 바꾸는 수술을 말한다. ‘관절 주위 침윤(PAI)’은 기존 통증 조절법이고, 고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과 그 주변의 연부 조직에 마취 주사를 놓는 거다. 국소 마취다. ‘PENG 차단술’은 요즘 뜨는 통증 조절법이다. 이 교수는 “PENG차단술과 관절 주위 침윤의 통증 조절을 비교한 연구”라고 말했다.
PENG차단술은 초음파를 보면서 기구를 사용해서 고관절 주위의 통증을 조절한다. PENG차단술의 장점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 중에서 감각신경만을 마비시킨다는 거다. 기존의 통증 조절법은 두 신경 모두를 일시 마비시킨다. 수술 후 마비가 풀릴 때까지 일시적으로 다리를 못 움직일 수 있다. 이로인해 수술 후 낙상 위험이 있다. PENG차단술 단점은 가격이 기존 통증 조절법에 비해 비싸다는 거다.
이 교수는 “두 개의 통증 조절법 효과가 거의 비슷했다. PENG차단술은 대퇴부 앞쪽을 지나가는 신경들을 마비시키는 방법이어서 ‘후외측 도달법’ 수술 때의 통증은 조절하기가 좀 힘들었다. 기존의 마취법이 낫다”라고 말했다. ‘후외측 도달법’은 이 교수가 고관절 수술 때 많이 사용하는 수술법이다. 허벅지 바깥쪽 옆에서 뒤로 들어가 고관절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전방도달법’ ‘전외측도달법’과 같은 다른 수술법도 있으나, 후외측 도달법을 이 교수가 쓰는 이유는 이 수술법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발 수술 통증 관리=그는 충남대에서 외과전문의가 된 뒤에 전임의(펠로) 2년을 하면서 첫 1년 때는 ‘발’을 공부한 바 있다. 2018년 일이다. 충남대학교병원의 강찬 교수로부터 배웠다. 손과 발은 통증이 심하다. 몸의 다른 뼈 인근에 비해 손과 발에 신경이 많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수술 전에 초음파를 보면서 신경 주변에 약을 뿌린다. 마취가 되면 수술하고도 하루 정도는 통증이 덜하다. 그러나 마취가 깨면 아프다”라고 말했다.
마취제로는 리도카인, 로피바카인을 혼합해서 쓴다. 다리에는 좌골신경, 대퇴신경 등 여러 개 신경이 있다. 이 교수는 “이에 관한 연구는 충남대학교병원 강찬 교수님이 한국 최고다”라고 말했다.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마취를 하는 ‘초음파 하 신경차단술’을 강찬 교수가 처음 했다. 이 교수는 “충남대병원이 초음파 하 신경차단술을 선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찬 교수는 마취통증학과가 아니고, 정형외과 교수다. 그런데 마취 통증에 관심이 많아 연구를 했다. 나는 이 교수에게 “정형외과 의사가 왜 마취통증 연구를 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 교수는 “나도 초음파 하 신경차단술을 많이 한다.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는 것도 의사에게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사가 안 빠져요”=이정길 교수는 2022년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외과용 다각 잠김 나사 제거 장치, 즉 제거 전용 드라이버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특허 관련 제품이 477점이 출품되었는데 대상을 차지했다. 정형외과 의사가 당혹스런 순간이 있다. 골절 환자의 뼈가 잘 붙을 수 있도록 금속판을 뼈에 고정시킨다. 보통 1년이 지나면 금속판을 제거한다. 뼈가 새로 나와서 잘 자랐기 때문이다. 나사 머리가 있는 위치를 절개하고 그 안으로 드라이버를 집어넣고, 나사를 돌려 뺀다. 아뿔싸, 이따금씩 나사가 돌아가질 않는다. 드라이버를 더 강하게 돌리면 드라이버가 들어가는 나사의 홈이 뭉그러진다. 그러면 드라이버가 겉돈다. 나사를 뺄 수 없다. 이 교수는 “세계적으로 정형외과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나사가 빠지지 않으면, 금속판이나 금속 나사를 갈아내야 한다. 금속을 그라인더와 같은 걸로 갈아서 제거해야 한다. 환자의 통증은 물론이고, 금속조각이 환자 몸 안에 들어가서 오염원이 될 수도 있고, 또 제거술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주 이런 일이 있나? 이 교수는 “자주는 아니나, 한 번 생기면 난리가 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거 드라이버’를 개발했고, 특허를 냈으며, 세종충남대병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상품화했다. 제거 드라이버 가운데에 심이 있다. 드라이버 손잡이를 돌리면 심이 아래로 내려가고, 드라이버 끝의 양쪽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심에 경사가 있어 심이 내려갈수록 드라이버 끝면을 안에서 밖으로 밀어 벌린다. 그러면 드라이버가 나사 못 머리의 양쪽 벽에 바짝 밀착한다. 그 상태에서 드라이버를 돌리면 나사못에 힘이 전달되어 나사가 돌아간다.
◇제거 드라이버 개발=기존에 나와 있는 의료용 제거 드라이버 세트가 있다. 세트 가격이 1000만 원한다. 이정길 교수가 개발한 제품은 110만 원이다. 값도 싸고 성능이 좋게 하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 회사 이름은 이노올쏘다. 이노올쏘는 병원에 입주해 있다. 이노올쏘 제품은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순천향병원, 대전성모병원, 원주세브란스병원에 들어가 있다. 개인병원도 여러 곳에서 사용한다.
이 교수는 “단점도 있어, 버전 2.0 제품을 개발했다. 시제품은 나왔고, 올해말 출시를 목표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오래 사용할 수 있고, 훨씬 성능이 좋다”라고 말했다. 기존 제품은 ‘확장형 제거 드라이버’인데, 신제품 이름은 ‘쐐기형 제거 드라이버’라고 붙였다. 이 교수는 중국에도 관련 특허를 신청, 곧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거 드라이버 외에 다른 제품도 계획하고 있다. ‘신연기’가 그중 하나다. 골절된 다리 뼈를 붙일 때 부러진 다리 양쪽을 잡아주는 기계다.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출처 : 더메디컬(https://www.themedical.kr)